권문현 콘래드호텔 지배인 "소리친다고 진상고객?…단골 될 손님이죠"

입력 2021-03-18 17:43   수정 2021-03-26 18:24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일하는 권문현 지배인(67·사진)은 호텔업계에서 ‘전설’로 불린다. 손님의 갑질과 안하무인 태도를 견디지 못해 하루가 멀다하고 퇴직자가 나오는 곳이 호텔이지만, 권 지배인은 44년째 호텔리어로 일하고 있다. 그의 직책은 도어맨. 호텔에 도착한 손님을 응대하며 차량 문과 호텔 정문을 열어주는 일이다.

“44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권 지배인은 최근 호텔리어로 살아온 자신의 지난 삶을 담아 자서전 《전설의 수문장》을 펴냈다. 지난 15일 호텔 정문에서 만난 권 지배인은 “호텔리어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자존감을 접고 남의 시중을 드는 직업”이라며 “화려한 조명을 받지는 않았지만 묵묵히 고생하며 매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온 제 이야기로 젊은 세대에게 ‘어려워도 참고 열심히 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콘래드서울호텔은 권 지배인의 두 번째 직장이다. 1977년부터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36년간 호텔리어로 일한 그는 2013년 정년을 맞자마자 현재 일하고 있는 콘래드서울호텔에 스카우트됐다. 2012년 문을 연 콘래드서울호텔에서 권 지배인에게 주어진 특명은 ‘진상고객’을 응대하는 노하우를 젊은 직원에게 전수하는 일이었다. 진상고객에 대한 노련한 응대로 업계에서 정평이 난 그였다.

“저는 진상고객이란 말을 쓰지 않아요. 진상고객이 아니라 애정고객이죠. 큰소리 치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이라도 정말 호텔이 망하길 원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고객은 없어요. 호텔에 불만을 제기하는 손님은 그만큼 호텔이 발전할 기회를 주는 분들이에요. 그 불만을 잘 접수해 문제를 해결해 드린다면 그 손님은 틀림없이 단골이 될 손님입니다.”

노련한 권 지배인에게도 어려운 손님은 있다. 아무리 설명해도 쉽게 화를 누그러뜨리지 않는 손님을 만나면 그는 어떻게 할까. 권 지배인은 책에서 ‘경청하며 손님 명함 받기’를 비결로 제시한다. 그는 “손님이 화가 났다면 화가 난 이유가 있다”며 “화가 난 이유를 끝까지 충분히 경청하다 보면 99%의 애정고객은 감정을 추스른다”고 말했다. 명함 교환은 경청을 위한 관계 형성 방법이다. 권 지배인은 “고객이 무슨 일을 하는 분인지 알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그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호텔 종사자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아 자격지심이 생길 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처음엔 저를 깔보는 사람이 주변에 더러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이 정년 넘어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저를 부러워한다”며 “인생은 길게 보면 공평하다”고 강조했다.

글=정의진/사진=강은구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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